티스토리 뷰

초일류 특송 혁신 비결은 '단순함'이다

세계에서 가장 머릿속이 복잡한 경영자를 뽑는다면 도이치포스트 디에이치엘(이하 DP DHL) 프랑크 아펠(Frank Appel·50) 회장도 단골 후보에 오를 것이다. 세계 최대의 우편·물류 기업인 이 회사는 독일 우체국(도이치포스트)이 민영화된 이후 DHL 같은 여러 물류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탄생했다. 그가 이끄는 직원 수는 50만명. 고객은 전 세계 220여 개국, 12만개 지역에 산다. 그 가운데는 북한도 포함된다. 나르는 물건은 셀 수 없을 지경이다. 식당에서 만든 기내식을 브리티시 에어웨이(BA) 비행기 안으로 배달하는 일부터, 에어버스(Airbus)사가 항공기를 만들 때 필요한 부품을 공급해 주는 일, 포뮬러원(자동차 경기)의 자동차를 운송하는 일도 한다.

DP DHL 제공, 그래픽=이동운 기자 dulana@chosun.com
그래서 '포스트 타워'(높이 162m·지상 41층) 40층에 있는 이 거대기업 CEO의 방에 들어서면서 기자는 항공 관제탑 같은 분주한 분위기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방은 조용하고 단출했다. 세계 지도도 한 장 없었다. 몸이 푹 파묻히는 검은 대형소파도, 비싼 그림 한 점도 없었다. 이 사무실에 있는 집기를 모두 열거하면 이렇다. 서랍이 없이 위판과 다리로만 구성된 책상, 앉으면 등받이가 허리에 닿는 작은 소파, 배송 차량과 비행기 모형이 들어 있는 갈색 4단 장식장. 그나마 눈에 띄는 가구라곤 반쯤 누워서 창밖을 볼 수 있는, 반쯤 누울 수 있는 의자뿐이었다. 통유리 너머로 저녁 빛을 받으며 붉게 변한 라인강과 본 시내가 내려다보였다.

"가구가 별로 없네요."

"저는 단순한 것을 좋아합니다. 제 방도, 비즈니스도 그렇죠."

책상 위에도 노란색 파일 8개가 가지런히 쌓여 있을 뿐 책 한 권 없었다. 말 그대로 깨끗했다. "동양에서도 단순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고 알고 있습니다."

단순함이 승리한다. 프랑크 아펠 회장의 경영 철학은 이렇게 요약된다.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복잡하다고 느낀다면 이미 그 서비스는 잘못됐다. 단순해야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단순해야 믿을 수 있으며 단순해야 지속 가능하다. 무엇보다 단순해야 고객이 감동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단순함(simplicity)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말했다.

왜 단순함을 추구하나

"불필요한 서류 하나만 줄여도 가격 낮추고 신뢰 크게 높여
무엇보다 고객 감동시켜 시장 경쟁력 갖출 수 있게 돼"

경영스타일도 마찬가지다. 2008년 CEO에 취임한 그는 회사의 비(非) 핵심분야를 매각하거나 정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국내 특송 사업(일종의 택배 서비스) 포기였다. 이 사업은 페덱스(Fedex)와 유피에스(UPS)의 안방 시장을 점령하기 위해 전임인 클라우스 줌빈켈(Klaus Zumwinkel) 회장 시절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쏟아부은 사업이었다. 2009년에는 자회사였던 포스트방크(Post Bank)도 도이치방크(Deutsch Bank)에 팔았다.

하지만 기업이든 국가든 역사를 보면 얻는 것보다 버리는 일이 훨씬 힘들다. 칭기즈칸의 명재상이었던 야율초재(耶律楚材)는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 가지 해로운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아펠 회장이 DP DHL의 강점이었던 국제운송 분야에 집중하며 나머지 사업을 정리하자 회사 안팎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막대한 돈을 투자했으니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 국내 특송시장에 4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상황에서 사업을 접는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거대한 미국 시장을 포기하는 일도 그렇고요.

"분명 미국이 엄청나게 큰 시장입니다. 하지만 제가 CEO가 됐을 때 그해 한 해에만 15억달러 적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미국 한 곳에서만요. 구조조정을 하려고 했지만 경제위기가 터졌습니다. 철수 결정을 내리던 마지막 날에는 철수 이외에는 대안이 없었습니다. 우리로서도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미국에 투자한 돈만 40억달러에 수많은 사람을 해고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결정은 동시에 올바른 결정이라고 믿습니다. 미국 내 특송업무를 철수했지만 여전히 미국을 들고나는 수출입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아시아를 오가는 물량이 늘고 있습니다. 규모나 성장 속도 측면에서 엄청나죠."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습니까?

"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는 절대 운영 측면의 시너지(synergy)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확실한 시장전략입니다. 많은 회사가 해외의 다른 회사를 인수하면서 '기존 사업과 합쳐져 어떤 시너지가 생기고 비용도 줄겠지'하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미국 국내 특송에 진출했을 때도 그런 생각이었죠. '우리가 가진 국제특송 분야와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이다' '제품 수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그 시장이 독립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그런 시너지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아펠 회장은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에서 일하다 2000년 DP DHL에 영입됐다. 그는 스위스연방공대에서 신경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경력도 가지고 있다.

"제때 버리는 것도 행운… 때론, 포기만이 살 길이다"

'수비수가 없는 곳으로 쳐라.'

야구계에 전해지는 말처럼 아펠 회장은 회사가 잘할 수 있는 분야, 경쟁이 덜한 분야에 집중해왔다. 예를 들어 국내 특송 부문도 미국에서는 접었지만 인도·멕시코·러시아에서는 사업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심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이익이 나는 시장들이다. 2005년 인도의 특송업체 블루다트(Blue Dart)를 인수한 뒤에는 인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내 특송사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는 그 분야에 강력한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죠. 우체국 택배 같은 서비스 말입니다."

도이치포스트 DHL의 프랑크 아펠 회장은 2008년 유럽 경영자로서는 비교적 젊은 47살에 회장에 오른 뒤 전임 회장이 사들였던 비(非)핵심사업을 대거 정리했다. 아펠 회장은 지난달 25일 독일 본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비즈니스의 핵심은 복잡함을 단순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 DP DHL 제공
아펠 회장은 18년간 DP DHL을 이끌었던 줌빈켈 회장이 물러나면서 CEO가 됐다. "처음 CEO가 된 뒤에는 제 전임자가 해 놓은 것에 압도됐고 남아있는 문제를 푸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력을 다하면 운이 따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운이 좋았죠."

DP DHL이 은행 자회사인 포스트방크를 팔았을 때 운은 절정에 달했다. 리먼브러더스가 몰락하기 이틀 전에 포스트방크를 도이치방크에 팔았다. 조금만 더 지분을 들고 있었다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었다.

―본인도 그 거래를 놓고 운이 좋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비결은 뭡니까?

"처음 문턱에 걸렸다고 좌절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은행을 팔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팔아서는 안 된다' '지금 시장 상황에서 살 사람이 없을 것이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좋은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리더가 한두 번 실패했다고 감정적으로 좌절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물론 운도 좋았죠. 하지만 처음부터 운이 좋은 사람이 있습니까?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예전 전략이 문제였다고 말하는 데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다시 전략을 수정해 문제를 풀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나무를 3번 두드리지 않고도 말이죠. 한국은 어떤지 모르지만 여기 문화에는 나무를 3번 두드리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러면서 포스트방크의 매각의 공(功)을 협상팀에 있던 직원들에게 돌렸다.

"그 운의 실체를 말씀드리죠. 당시 저희 매각 협상팀에는 65세 남자 직원과 젊은 여성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 남자 직원은 이미 3개월 전에 퇴직해야 했던 사람이고, 젊은 여직원은 출산휴가를 떠나야 할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들은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끝까지 남았죠. 그들이 나몰라라 떠났다면 매각도 불가능했겠죠. 주변에 좋은 팀 없이는 CEO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절대."

"DHL은 박스를 나르고 컨테이너나 옮기는 회사가 아니다"

DP DHL는 공기업 민영화와 세계 시장 진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독일에서 편지와 소포를 배달하던 회사가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 DP DHL에 인수·합병된 기업들은 합병 전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더구나 DHL(미국), 단자스(Danzas·스위스), 엑셀(Exel·영국)처럼 국적마저 다르다.

―국적과 역사, 문화가 다른 여러 회사와 그 직원을 하나로 묶는 비결이 무엇입니까?

"우리도 아직까지 하나가 되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일단 전체 직원이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저는 늘 직원들에게 '우리는 종이박스나 컨테이너를 옮기는 회사가 아니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에게 가치는 전달하는 서비스 기업이며 '세계 최대의 물류회사'라고 말하죠. 한국, 칠레, 독일, 뉴질랜드 직원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어느 직원을 잡고 물어보더라고 아마 저처럼 이야기할 겁니다. 서비스 회사에서 자산은 직원뿐입니다. 모든 직원들은 자기 나라 상황에 맞게 행동해야겠지만 동시에 그들을 하나의 비전으로 묶는 접착제가 필요합니다. 비전이 바로 그 접착제지요."

운 좋은 실패도 있다
'경쟁의 소굴'에서 탈출하라… 미국 버려도 시장은 많더라

'포스트방크' 힘들게 팔았지만 이틀 뒤 리먼브러더스 사태… 끌어안고 있었다면 망했다

―DP DHL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고용인원이 많은 회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고객도 전 세계에 흩어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직원이나 고객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합니까?

"우선 직원들의 경우 매년 한 차례 전 세계 직원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합니다. 한국, 미국, 독일 모든 직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합니다. '우리 회사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 회사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런 식이죠. 저는 출장도 자주 다니는데, 갈 때마다 현지 직원과 타운홀 미팅을 합니다. 현지의 일반 직원과 함께 우리 서비스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죠. 고객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심이나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우리가 제공하지 못한 서비스가 없는지, 현재 서비스에 만족하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는 CEO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듣기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CEO는 최고집행자(Chief Executive Officer)가 최고봉사책임자(Chief Service Officer)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 잘 듣는 것입니다. 특히 이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려면 잘 듣는 게 중요하죠."

단순함이 고객을 감동시킨다

―취임 이후 사업을 정리했던 이야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회사를 성장시킬 생각이십니까?

"우리 회사는 그간 인수·합병을 통해 좋은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시장을 주도할 위치를 갖췄죠. 이제 거기서 가치를 창출할 차례예요. 고객들에게 물 샐 틈 없는(seamless)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용을 줄이도록 돕고, 새로운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저는 특히 단순함이야말로 새로운 시장이며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어떤 서비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격이 싸기 때문일 수도 있고, 믿을 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복잡한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니까요. 아까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제 방이 단출하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는 이 단순함이야말로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은 일이 단순할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사업이 복잡해지면 사람들은 불편해지고 거기서 불필요한 비용과 문제가 생기죠. 그런 점에서 단순함은 가격을 낮추고 신뢰도와 경쟁력을 높여 사업이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무엇보다 단순함은 고객을 감동시킵니다. 예를 들어 우리 고객이 소포를 하나 보낼 때, 기업의 구매 담당자가 구매업무를 처리할 때 필요한 서류가 하나만 줄어도 고객은 편안함을 느낍니다. 삼성 같은 한국 기업들도 그럴 거라고 봅니다. 그 과정을 돕는 게 우리 일이죠."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는데, 최근 DP DHL이 이룬 성공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네. 사실 수천건의 사례가 있습니다만 우리 고객들이 구체적인 사례가 공개되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만 예를 들겠습니다. 저희가 하는 솔루션 가운데 'above the wing(비행기 위로)'이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주방에서 만들어진 기내식을 가장 싸고 믿을 수 있게 비행기 안까지 공급해 주는 서비스죠. 저희 운송전문가가 그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고 그를 통해 운송비용을 낮추면서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죠. 브리티시에어웨이(British Airways)가 이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부품과 자재 구매·관리를 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에어버스(Airbus)도 도입했습니다. 사실 에어버스가 비행기를 만들 때는 엄청나게 복잡한 부품 구입·관리가 필요한데, 저희는 자재 재고를 줄이면서 정확한 시각에 부품이 도착하도록 관리합니다. 거미줄 위에 올라앉은 거미처럼 말이죠. 이 역시 복잡함을 관리해 단순하게 만드는 일이죠."

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비용을 줄이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꺼렸다. 대신 식스시그마와 린(lean) 같은 경영기법을 통합해 과정을 단순화하고 비용을 줄인다고 했다. "과거 도요타자동차가 제조업을 했던 것을 서비스업에 적용한다고 보면 될 겁니다."

운 좋은 CEO의 조건
CEO는 '최고 봉사 책임자' 도우려면 입보다 귀를 열어라

쉽게 좌절하지 않고 쉽게 실수를 인정하는 이에게 운은 따를 준비가 돼 있다

"월화수목금금금은 잘못됐다"

―아시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최소 다음 20년간 아시아 시장은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봅니다. 소비자가 거기 있고, 노동력이 거기에 있으니까요.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가 전 세계 부(富)의 60%를 차지했습니다. 왜 아시아가 그 몫을 되찾지 못하겠어요. 그리고 이미 그쪽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10년간 20억달러를 아시아에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어제 유럽 기업 가운데 아시아에서 가장 잘한 기업으로 뽑혀 상을 받기도 했고요."

―DP DHL의 매출을 보면 다른 기업에 비해 여전히 아시아 매출이 작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우리 매출의 18%가 아시아에서 나옵니다. 맞습니다. 물론 도전이 있지요. 우리는 사람 장사입니다. 우리 매출은 그 나라에 있는 사람에 달렸는데 중국은 임금이 싸고 그로 인해 서비스에 대한 요금도 낮기 때문에 매출도 낮아집니다. 하지만 작년 1~9월까지 우리 회사의 아시아 매출은 40% 이상 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보호무역이 확대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혹시 그런 징후가 보이십니까?

"정치인들은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보호무역을 통해 휴대폰이 지금보다 2배 비싸진다면 유권자들이 좋아할까요? 어느 날 미국 대통령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오늘부터 중국과 베트남이 아닌 텍사스에서 조립한 노트북만 팔도록 하겠습니다. 단 가격이 3배 비쌉니다'라고 말한다면 유권자들이 반길까요? 아닙니다."

―올해 세계 경제를 어떻게 보시나요?

"사실 저는 경제위기 직후에 V자 회복을 예견했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는 아주 비이성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모든 기업이 일제히 자동차와 컴퓨터 구입을 중단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과잉 반응이었습니다. V자까지는 아니지만 곧 경기가 반등했죠. 저는 올해 경기를 약간 낙관적으로 봅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낙관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 일은 늘 다수의 예측과 반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죠. 저는 불확실성에 대비할 따름이죠. 그리고 솔직히 말해 올해 경제를 제가 어떻게 정확히 알겠습니까? 많은 경제학자들이 갖가지 예측을 내놓지만 경제학자의 이야기는 늘 지나간 것들을 말하지요. 그래서 저는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는 안 듣습니다."

―대학에서 신경생물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CEO로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두 가지 측면에서 경영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하나는 복잡한 문제를 풀어가는 훈련입니다. 신경생물학은 아주 복잡한 과학입니다. 뇌와 신경에 대해 배우니까요. 그러다 보니 복잡한 문제를 뜯어보는 힘을 기를 수 있었죠. 두 번째는 실패를 받아들이고 좌절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대학 때 실험을 해보면 전체의 90%가 실패합니다. 그럴 때는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당장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낙담하지 않고요."

그는 "많은 관리자가 처음 실수가 실수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설명하느라 힘을 빼는 것을 봤다"며 "실수는 늘 일어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빨리 인정하고 고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본인 리더십의 철학이 있다면?

"존경(respect)과 결과(result)의 균형입니다. 기업은 결과를 내야 합니다. 동시에 고객, 직원, 공동체를 존중하고 그들로부터 존경받아야 합니다. 리더는 매일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균형에 대한 강조는 아펠 회장의 생활신조이기도 하다. 그는 "주말에 나와 근무를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일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고 말한다. '월화수목금금금'은 잘못됐다는 뜻이다.

―지금도 주5일 근무를 철저히 지키십니까?

"저도 CEO가 된 뒤에 일주일에 6일 이상 일했습니다.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6개월 뒤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만 일하는 삶으로 돌아갔습니다. 내가 1주일에 7일을 일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금세 내 일이 싫어지지 않겠습니까? 아내, 아이들, 친구와 보낼 시간이 없다면 얼마나 불행할까요? 그리고 CEO가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이미 일에 지친 상태로 온다면 업무 효율도 줄어들겠죠. 가끔 구직자를 인터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지원자들에게 '회사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일하고 싶으냐'고 묻습니다. 그들은 일주일 7일 내내 일하겠다고 대답합니다. 제가 원하는 답은 아니에요."

DP DHL은

獨 국영우체국… 민영화·M&A 거쳐 '초특급 물류회사'로

도이치포스트 DHL은 지난 20년간 전 세계 기업사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변신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원래 독일의 국영우체국이었던 이 회사는 1990~1995년에 걸친 민영화를 통해 기업으로 변신했다(민간 지분이 50% 이상이 된 것은 2005년).

이 회사는 특히 1990년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대형 물류업체를 인수·합병해 몸집을 키운다〈표 참조〉. 대표적인 예가 DHL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호놀룰루까지 비행기로 무역서류를 날랐던 미국인 래리 힐브롬(Larry Hillblom)이 친구 둘과 1969년 설립한 DHL은 국제 운송회사에서 선두 기업이었다. 도이치포스트는 1998년부터 이 회사 지분을 사들여 2002년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된다.

도이치포스트 월드넷(Deutsch Post World Net)으로 불렸던 회사는 포스트방크를 팔고 2009년 프랑크 아펠 회장 주도로 회사 이름을 도이치포스트 DHL로 바꿨다. 현재 DP DHL은 우편·특송·글로벌화물·공급망관리 등 4개 사업부를 가지고 있다.

1 ··· 8 9 10 11 12 13